우리 모두의 조상은 성공적인 짝짓기를 한 사람들이다. 조상 중 한 명이라도 짝짓기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능동적으로 번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공적인 짝짓기를 많이 하였을 것이고,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남자와 여자는 더 우월한 유전자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가.
이 책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남녀 사이의 신체적 특성은 태초부터 달랐고, 그에 따른 심리와 전략 또한 다르게 변화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며, 남자가 선호하는 배우자나 여자가 선호하는 배우자의 기준은 왜 다른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서 책을 읽다 보면 이전에 내가 했던 결정이나 생각들에 연관된 내용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마다 그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어 완독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학문을 연구하는 자가 개인적 의견만을 가지고 주장할 수는 없다.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육체적/정서적 성에 대해 학계에서 연구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결론을 제시한다. 저자의 개인적 의견은 거의 포함되지 않고, 확실한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데이터에 의한 학계의 전반적인 의견’ 정도를 서술한다. 이런 분야를 연구하면서 한쪽에 치우치는 의견을 조금이라도 낸다면 반대쪽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 데이터에 기반해서만 중립적으로 얘기하니 읽는 사람 스스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개정판을 읽었는데, 개정판에서는 초판과는 다르게 새로운 연구 결과가 추가되고 대한민국 최초의 진화심리학 박사가 번역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문체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일상적인 단어보다는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 편이고 문체 또한 딱딱해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부성 투자, 번식적 이득, 유전자 가설 등). 한데 읽어야 할 양은 많다. 초판에서 번역자가 임의로 요약하거나 삭제한 내용도 개정판에서는 전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해서 가볍게 읽는 용도로 권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남녀가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경우를 서술하면서 경우마다 그에 따른 데이터를 제시한다. 해서 비슷하고 중복된 내용이 많은 편이다. 연구자료 통계를 제시할 때마다 출처를 주석으로 남기는데 이 책의 주석은 550개가 넘는다. 진화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설명해줘야 했으니 저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한다. 만약 꽤 복잡한 여러 개의 표와 그 표를 해석하는 방법을 써놓았다면 책의 양은 매우 줄어들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읽는 사람도 같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 중 일부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곤 한다. 그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이나 성에 대한 가치관에서도 다르지 않다. ‘배우자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돈을 밝힌다고 욕을 하고, ‘배우자는 무조건 젊고 예뻐야 한다’고 하면 얼굴을 밝힌다고 욕을 한다. 생각해보면 욕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거나 예쁘지 않은 사람들이다. 상대에게 원하는 가치를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딱히 비난할 이유가 없다. 인간은 신체적 특성과 처한 환경에 의해 본인의 안전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픈 본능을 지니고 있고, 그건 인간이 아닌 대부분의 생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되어왔고,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또한, 갈등이 있을 때는 서로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해야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온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억압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모두가 서로를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납득할 수 있는 규칙과 사상을 가지게 된다면 평등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fin.